8일 시상식과 함께 5명의 수상자를 새롭게 배출한 `동곡상(東谷賞)'은 강원도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한 숨은 인재를 찾아 그들의 공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75년에 제정된 유서 깊은 상이다.

`동곡(東谷)'은 40여년 전 이 상을 처음 제안하고, 제정에까지 이르게 한 김진만(金振晩·1918~2006년) 선생의 아호(雅號).

삼척 출신인 동곡 김진만 선생은 국회부의장과 대한민국 헌정회장, 7선 국회의원, 강원일보 제2대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계와 재계, 언론계를 넘나들며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고향 강원도가 변방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이로 인해 소외되는 현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도민들이 갖게 되는 패배의식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직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골의 착하기만 한 사람을 일컬어 부르는 `암하노불(巖下佛·바위 밑의 오래된 불상)'이나 `감자바위'로 부르며 강원도를 희화화하고 낮춰 보는 풍토를 일소할 수 있는 `변곡점'이 필요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동곡 선생이 고심 끝에 내놓은 해답이었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동곡상은 오직 사람만이 강원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동곡 선생의 신념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1회 수상자로 조순(당시 서울대 사회과학장) 전 부총리를 선정하는 등 향토인재 발굴의 산실로 호평을 받으며 운영되던 동곡상은 1979년 제5회 시상식을 끝으로 역사의 격랑 속에 폐지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32년이 흐른 2011년, 동곡상은 동곡 선생의 5주기를 맞아 강원도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동곡 선생의 장남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의해 다시 한 번 빛을 보게 됐다.

김 회장은 기존에 동곡상을 운영했던 `동곡문화재단'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1989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도내 16개 회사의 주식 전부를 출연해 도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인 `동곡사회복지재단'을 설립, 오랜 준비 끝에 동곡상을 부활시키면서 선친이 보여준 `강원도 사랑'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동곡상은 `지역발전'이라는 개념을 지자체와 정치권의 노력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강원도 인재상 제시와 함께 민간의 영역에서도 구체화시켜 실현함으로써 강원도의 성장 동력을 찾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변화와 발전의 정점에 올라 있는 강원도가 스스로 지역과 국가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향토인재를 찾아내 그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함으로써 강원도 미래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